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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회의가 7일 2022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전형 비율을 현재보다 늘리고 수능 절대평가 과목에 제2외국어·한문을 포함시키라고 교육부에 권고했다. 다만 수능 비율은 명시하지 않고 대학 자율에 맡기도록 했다. 또 국어·수학·탐구는 상대평가를 유지토록 했다. 1년 동안 공들인 대입 개편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가교육회의의 대입 개편 권고안은 개편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대입에서 수능 반영 비율을 높이고 상대평가를 유지토록 하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다. 이를 개편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적 안배도 엿보이지 않는다. 확고한 교육 철학과 비전에 따라 대입제도를 개편한 게 아니라 그저 여론을 반영한 탓이다.

그러다 보니 대입 개편 권고안이 정부의 교육공약과 배치되는 결과를 낳았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은 계층 간 불평등 해소, 학교교육 정상화, 입시경쟁 완화 등으로 모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수능 절대평가 과목 확대, 자사고·외고 폐지 등 고교체제 개편,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고교학점제 등을 내걸었다. 어느 것 하나 수능 전형 확대와 어울리지 않는다. 고교체제 개편만 해도 수능 확대에 유리한 자사고를 폐지하기 쉽지 않을 터이다. 수능 절대평가 과목 확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대입 개편 권고안에 대해 진보와 보수진영 모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보수교육단체는 수능 정시 반영 비율이 공론화위원회에서 제시한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반면 진보교육단체는 입시경쟁교육을 강화하고 혁신교육을 무력화하는 안이라고 주장한다. 워낙 반발이 거세 대입 권고안이 이대로 확정된다고 해도 제대로 교육현장에 정착할 수 있을지 우려스러울 정도다.

공은 다시 교육부로 넘어갔다. 교육부는 교육회의 권고안을 토대로 이달 말 최종 개편안을 내놓아야 한다. 최종안을 확정짓기까지에는 수능 과목 구조, 고교체제 개편, 성취평가제 등 몇 가지 고려 사항이 남아 있다. 그러나 대학이 자율적으로 수능 전형을 확대하라는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로서는 책임 회피, 철학 부재 논란으로부터 벗어날 마지막 기회다. 결자해지의 자세로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혁신교육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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