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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어제는 제69주년 국군의날이었다. 그러나 현행 ‘10월1일 국군의날’은 국군의 역사적 뿌리와는 무관한 날이므로 광복군 창설기념일(9월17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제기돼 왔다. 수십년 관행으로 굳어진 기념일을 변경하면 혼란이 따르겠지만 군맥(軍脈)을 잇고 군의 정통성을 확립한다는 차원에서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
국군의날을 10월1일로 정한 것은 이승만 정부 때인 1956년이다. 육군 1월15일(조선국방경비대 창설일), 해군 11월11일(해병병단 결단식일), 공군 10월1일(공군 창설일) 등으로 육·해·공군이 각자 기념 행사를 치르느라 물적·시간적 낭비가 심하자 이를 통합하자는 취지였다. 10월1일은 공군 창설일이자 한국전쟁 중인 1950년 남침한 북한군에 반격을 가한 끝에 육군 보병이 38도선을 돌파한 날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삼일절인 3월1일이 1919년 전국적으로 독립만세운동이 시작되고 독립선언문 낭독이 있었던 날이고, 광복절인 8월15일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인 것처럼 국군의날은 국군이 창설된 날로 정하는 게 원칙이다.
국군의 모체는 임시정부의 광복군이다. 헌법은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음을 명문화하고 있다. 광복군은 1940년 9월17일 임시정부의 정규군으로 창설됐다. 임시정부 외교부장 조소앙은 ‘한국광복군 성립보고서’에서 “1907년 8월1일 일제에 의해 강제 해산된 대한제국 국군의 항일 투쟁과 이들이 중심이 된 독립군이 치열한 무장투쟁을 벌였으니,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제국 국군과 독립군을 계승하여 광복군 창설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광복군은 영문표기를 ‘Independence Army’(독립군)로 하다가 1942년부터 ‘National Army’(국군)로 바꾸기도 했다. 광복군은 1946년 6월 미 군정에 의해 해체됐지만 일부는 국방경비대로 흡수됐다. 국군의 뿌리가 대한제국 국군의 항일투쟁과 독립무장투쟁을 계승한 광복군이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경찰의날도 같은 맥락에서 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 현행 경찰의날은 미 군정이 경무국을 창설한 10월21일이다. 그러나 한국 경찰의 뿌리는 1919년 11월5일 임시정부가 설치한 경무국이다. 국군의날과 경찰의날 변경은 대통령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기념일 변경은 혼란과 부작용이 불가피하므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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