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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지난 9월18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9월2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남녀 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3%포인트)를 보면 찬성 68.7%, 반대 21.5%로, 공수처 설치를 지지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렇지만 공수처 설치에 대해 검찰 일부가 반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정치권에 부정적인 의견이 있으며, 일부 언론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래서 왜 공수처가 설치되어야 하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기구이다. 원칙적으로 본다면 공수처와 같은 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예외적이고 생소하다. 그렇지만 그동안 검찰이 보여 온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수사 태도 및 그 처리 결과에 많은 문제점과 비판이 있었다. 이에 검찰개혁 방안 중 하나로 공수처 설치가 논의된 것이며, 현재에도 검찰을 신뢰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이상, 어쩔 수 없이 공수처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 일부에서 공수처를 가리켜 ‘옥상옥’ 조직이라거나 필요없는 조직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이야기라고 본다.
다음, 공수처의 규모가 ‘슈퍼’급으로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제시한 법률안을 보면, 공수처에는 공수처장 및 차장 이외에 공수처 검사 30∼50명, 수사관 50∼70명 정도를 둘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최대 총 122명으로 구성되는 ‘매머드’ 조직이라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들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를 처음부터 수사하고, 혐의가 인정되면 공소를 제기하며, 제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러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공소를 유지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들의 범죄란 수사 자체가 쉽지 않고 공소 유지도 어렵고 힘든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건을 수사하고 공소를 유지하는 데 적어도 10명 가까운 검사들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공수처 검사를 모두 50명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이 인원으로 구성할 수 있는 팀은 3∼4개밖에 되지 않는다. 한 팀이 수사한 사건의 판결이 기소를 거쳐 확정될 때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상황이어서, 3∼4개 팀의 공수처는 연간 10건 정도의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여 처벌하는 데 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공수처의 규모가 너무 크다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에 다른 수사기관보다 우선권이 있으므로, 특별수사의 대부분이 검찰에서 공수처로 넘어가게 된다는 비판이 있다. 공수처를 설치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공수처를 설치하는 마당에, 다른 수사기관보다 우선권을 가지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그리고 그 우선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다. 만약 검찰에서 상당부분 수사가 진행되어 있다면 공수처는 그 사건을 검찰에서 계속 수사하도록 배려해 줄 것이다. 공수처는 그 조직 규모상 고위공직자 범죄를 모조리 수사할 수 없는 내재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상황과 사안에 따라 공수처장이 ‘운용의 묘’를 살려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수사를 다른 수사기관에 적절히 배분하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는 ‘갈등’이 아니라 ‘긴장 속의 건강한 경쟁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나아가, 검찰이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수사를 게을리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권장할 사항이라고 본다. 사실 검찰권이 남용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검찰이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인지수사를 너무 많이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표적수사, 타건 압박수사, 심야조사 등을 통해 회유와 압박 등 적법하지 않은 수사를 많이 했다. 공수처로 인해 검찰이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인지수사를 줄인다면, 그 남게 되는 수사력을 형사부에 집중시켜 정말 억울한 고소인이나 피의자를 구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수처의 정치적 편향이나 권한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공수처장은 국회 주도로 후보 2명을 추천하면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후보 추천과정에서 국회가 주도하는 이상 대통령의 지명권은 독선적일 수가 없고, 인사청문을 하는 이상 흠결있는 사람이 처장이 되기는 어렵다. 그리고 처장으로 임명된 후에는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에게 예속되는 것이 아니라 독립해 임무를 수행하며, 국회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진다. 퇴직 후에도 일정 기간 특정 공직에 임용될 수 없다. 따라서 공수처장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 예속된 검찰총장보다 더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규모가 제한적이고 조사 대상 범죄가 한정되어 있으며 국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이상, 권한을 남용할 여지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것이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열과 성을 다하여 공수처 법안을 성안해 권고했다. 많은 국민들도 공수처 설치를 열망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을 개혁하고 진정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이번엔 반드시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수빈 | 변호사,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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