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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끝내 무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치원 3법을 재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로써 유치원 개혁은 최소 1년 이상 늦춰지게 됐다.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척결되기를 바랐던 대다수 국민들, 특히 유치원생 학부모들로서는 참담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헌법상 대의기구인 국회가 민의를 이토록 외면해도 되는가라고 묻고 싶다.

국회 교육위는 27일 다시 회의를 열고 이 안건을 부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패스트트랙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법안을 상임위원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더라도 규정상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유치원 3법은 아무리 빨라도 1년 뒤에야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패스트트랙에 오르는 중재안에는 처벌 규정의 ‘1년 시행유예’를 담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비리 사립유치원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유치원 3법의 발목을 잡아온 자유한국당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승리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시사 2판4판]자한의 은혜 (출처:경향신문DB)

지난 10월 초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를 공개했을 때만 해도 여야는 한목소리로 유치원 개혁을 외쳤다. 곧바로 박 의원이 유치원 회계 단일화, 지원금의 보조금 변경, 비리유치원 처벌 등을 골자로 한 ‘박용진 3법’을 발의하자 한유총의 눈치를 보던 한국당이 돌변했다. 급기야 한국당은 한유총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체 법안을 내놓았고, ‘박용진 3법’과 병합심리하자고 압박했다. 이후 국회 교육위는 6차례 회의를 열어 유치원 3법을 심사했지만, 회계 단일화와 처벌 등을 놓고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끝내 불발됐다. 3개월 가까이 진행된 국회 유치원 3법 개정 논의에서 건진 것은 한국당과 한유총의 굳건한 카르텔뿐이다.

유치원 3법 심의 과정에서 한국당은 철저히 한유총의 논리를 대변했다. 한국당은 국민보다 한유총의 이해를 먼저 생각했다.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방안을 꺼낸 것도 한국당과는 유치원 개혁을 논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야 합의를 통한 유치원 개혁은 무산됐다. 한국당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표로 심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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