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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지난 10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등 여성 인권침해 행위를 다수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계엄군이 자행한 성폭행 사례는 최소 17건. 피해자 중엔 17세 여고생도 있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통렬히 반성하며 정부와 군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조사단은 가해자에 대한 조사권한이 없어 더 이상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에서 철저히 추가 조사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5·18 진상규명조사위는 가동조차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조사활동을 시작했어야 한다. 진상조사위는 ‘5·18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라 위원 9명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국회의장 1명, 더불어민주당 4명, 바른미래당 1명의 추천은 끝났지만 자유한국당 몫 3명의 추천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바람에 조사위는 출범도 못한 채 특별법 시행(9월14일) 석 달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공모를 통해 10명 이내로 인사가 추려졌다. 이번주부터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몇 달 전부터 조사위원 추천을 국감 뒤에 챙겨보겠다고 했다가, 국감이 끝나자 다시 정기국회 뒤로 미루는 등 차일피일 시간을 끌어왔다. 그러잖아도 한국당은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해온 극우인사 지만원씨를 조사위원으로 추천하는 안을 검토했다가 거센 여론의 반발에 부닥쳐 철회한 바 있다.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당 부분 진상이 미완으로 남아있다. 1980년 당시 암매장과 헬기 기총사격 여부, 집단발포 책임자 규명, 보안사의 5·18 왜곡 및 조작 경위, 그리고 계엄군 성폭행까지 한두 가지가 아니다. 5·18민주화운동은 지난 수십년 동안 보수정권과 보수단체로부터 갖은 모욕을 당해왔고, 이 과정에서 진실이 왜곡되기도 했다. 이번 진상조사위는 5·18민주화운동의 숨겨진 진상을 파헤쳐줄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1988년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는 허위 진술로 뒤덮였고, 1995년 검찰 수사는 진상조사보다 형사처벌에 초점이 맞춰졌던 게 사실이다. 역사의 어두운 진실을 밝히는 데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서도 안되고 미적댈 일은 더욱 아니다. 시간을 끌어도 진실은 묻히지 않는다. 한국당은 조속히 위원 추천을 마무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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