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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이전 정권을 때려잡느라고 정신이 없다.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복수하려고 서로 정권을 잡느냐. 나라를 잘되게 해야지 무슨 복수를 하려고…”라고도 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파문이 일자 6일 “적폐청산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폐청산이란 정치기술을 배척한다”는 해명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정치 지도자가 해외에 나가 정쟁 발언을 하고 이를 다시 주워 담는 모습은 참으로 꼴불견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4일(현지시간) 독일 인공지능연구센터를 찾아 안드레아스 덴겔 교수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 대표가 정부 실정(失政)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정도가 있고 이치에 맞아야 한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1박2일로 정해지자 “품격 있는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서는 “촛불정신을 독점하려는 세력 때문에 나라 안보가 불안하고 사회가 갈등한다”고 했다. 거의 ‘기승전 문재인 비판’이다. 오죽하면 당내에서도 “적폐청산은 철저히 하는 것이 맞다”(유성엽 의원), “자고 깨면 문재인 비판이고, 모든 건 문 대통령 잘못이라고 한다. 정당 대표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이상돈 의원)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안 대표는 지난 8월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며 대표에 출마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지지율은 그의 대표 취임 후에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그의 발언에 시민들이 동의한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안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부산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모두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안 대표는 대선 패배 후 정치에 복귀하면서 “실천적 중도개혁정당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며 “배타적인 좌측 진영이나 수구적인 우측 진영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것은 양비론과 반대를 위한 반대였다. 정치는 누구를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 시민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반문(反文)을 뛰어넘는 국가적 비전과 가치는 내놓지 못하고, 문 대통령 비판으로 일관하느라 자기 정체성도 잃어가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설익은 통합논의로 당내 갈등을 촉발한 것이 말해주듯 리더십도 보여주지 못했다. 시민들은 점점 안 대표의 모호성과 양면성에 짜증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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