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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은 5일 의원총회를 열고 오는 1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연기하고 자유한국당과 통합 전당대회를 추진할지를 논의했다. 바른정당은 ‘보수 대통합’을 주장하는 김무성 의원 등 탈당파와 ‘개혁보수’를 주장하는 유승민 의원 등 자강파로 쪼개져 있는 상태다. 이날 의총은 양측이 접점을 찾기보다 탈당파들이 예정된 수순을 밟기 위한 ‘이별 의식’ 성격이 짙었다. 결국 탈당파 의원들은 6일 탈당을 결행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 이후인 9일쯤 한국당으로 복당할 계획이라고 한다.

보수정당들이 가치와 정책을 재정립하고 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무너진 보수의 재건을 위해 통합하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은 어떤 명분도, 원칙도, 가치도 찾아볼 수 없다. 바른정당은 지난해 촛불정국 때 새누리당 내 친박세력의 국정농단 비호를 비판하며 ‘새로운 보수’의 깃발을 들고 탈당해 만든 정당이다. 그런 의원들이 다시 한국당에 들어가려면 시민이 납득할 만한 원칙과 명분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당은 박근혜 정부 국정실패의 한 축이자 공동책임자다. 그런데도 지금껏 진정한 반성 한마디 없었고, 환골탈태하려는 변신 노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케케묵은 퇴행적·수구적 태도에서 달라진 게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것으로 보수 혁신을 다한 것처럼 우겨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바른정당 의원 13명은 지난 5월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집단 탈당해 한국당으로 돌아간 바 있다. 이번엔 8명 안팎이 추가로 복당할 것이라 한다. 큰 상황변화가 없는데도 이렇게 다시 돌아갈 것이라면 애초 당은 왜 뛰쳐나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촛불이 활활 타오를 때는 불이 옮겨붙을까 피해 있다가 국면이 정리되자 다시 옛집을 찾아가는 꼴이다. 결국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이합집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의와 동떨어진 한심한 정치공학적 술수에 불과하다.

오로지 이기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철새정치’는 한국 정치의 오랜 폐습으로 비판받아 왔다. 이는 보수 혁신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덩치만 키운다고 강한 보수정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보수로의 발전이 담보되지 않는 묻지마식 통합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야합이자 협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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