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국의 노인 4명 중 1명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1일 발표한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사회안전망은 취약해 빈곤과 절망 속에 살고 있는 한국 노인들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인의날을 하루 앞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노인이 바닥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노인의 26.0%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를 걱정하는 노인들도 23.6%나 됐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암울한 상황이 초래된 것은 한국 노인들의 삶이 너무 팍팍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보면 생계유지의 어려움에도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노인이 28.9%인 것으로 나온다. 가족들이 안된다면 국가라도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국가로부터의 생계 지원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노인도 24.1%에 달한다. 가족도 국가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니 한국의 노인들은 은퇴 후에도 계속 일자리를 찾아다닌다. 통계청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8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70~74세 노인 고용률은 33.1%로 OECD 국가 중 1위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나이제한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노인이 58.6%, 직장에서 보수·업무 등의 차별을 경험했다는 노인은 44.3%에 달했다. 노인과 젊은층 간의 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노인의 51.5%가 청장년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청장년의 87.6%는 노인과 대화가 안된다고 했다. 한국의 노인들은 사회 속에서 고립무원의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노인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2026년에는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소외를 넘어 노인혐오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제대로 된 노후를 보장받는 것은 노인들뿐 아니라 언젠가 노인이 될 국민 모두가 해당되는 문제다. 정부는 노인들이 건강하고 존중받는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 확충과 일자리 환경 개선 등의 정책적 노력을 더 해야 한다. 2일은 경로효친의 미풍양속을 확산하고 한국 사회를 발전시킨 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겠다며 정부가 법정기념일로 지정한 ‘노인의날’이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