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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서강대 경영대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끔찍한 ‘성희롱’ 행태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작태였다. 신입생들이 묵는 방의 이름을 ‘아이 러브 유방’ ‘작아도 만져방’ 등으로 짓는가 하면 ‘신입 여학생을 필수로 대동해 섹시춤 추기’ 등의 규칙을 정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제일 나이 어린 후배가 선배를 지목해서 “라면 먹으러 갈래(‘나랑 잘래’의 은어)”를 말하게 하는 등의 선정적인 벌칙도 세웠다고 한다. 여성을 성의 도구로 전락시킬 뿐 아니라 새내기들의 가슴에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선배의 갑질까지 강요한 것이다.

이것이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특히 개인의 일탈행위가 아니라 수백명이 참가한 공식행사에서 버젓이 벌어진 일이어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하다. 비단 이 대학뿐이 아니다. 지난해 국민대의 모 학과 동아리가 개설한 단체카톡방에서는 여학생을 ‘위안부’ ‘빨통’에 비유하고, ‘가슴은 D컵이지만 얼굴은 별로…’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성범죄 수준의 언어 성폭력 대화가 오갔다.

서강대 경영대가 지난달 실시한 교외 오리엔테이션에서 학생들이 선정적인 방 제목과 규칙을 적어 방문 앞에 붙여 놓은 게시물들 (출처 : 경향DB)


온라인상에서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성적인 발언들이 아무런 거름장치 없이 공개되거나, 혹은 공식행사에서 버젓이 쓰이는 세태의 반영이 아닐 수 없다. 혹 언어 성폭력은 성범죄가 아니라는 불감증이 만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번 서강대 사건의 경우 학생회 측이 신입생 환영회 직전에 두차례에 걸쳐 성평등 교육을 실시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참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 방치해서는 안되겠다. 우선 해당 대학은 무엇이 잘못됐고, 또 어떤 근절 방안이 있는지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언어 성폭력이든, 물리적인 성폭력이든 똑같이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비단 해당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자를 성추행한 교수를 징계없이 면직시키는 등 사건을 덮는 데 급급한 대학가의 속성 때문에 학내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교육당국도 대학의 성범죄 관련 자료 제출을 의무화해서 성범죄 예방책을 마련하는 등 정책당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각 대학도 성폭력 예방교육을 정식 과목에 포함시키고, 성범죄 대응기구를 만들며 성폭력 관련규정 및 윤리강령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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