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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민간의 경영기법 등을 배울 목적으로 도입한 ‘민간근무 휴직제도’가 한계에 직면했다. 당초 공무원과 민간의 교류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는 탈색되고 부작용만 부각되고 있다. 1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정부부처 연도별 민간근무 휴직제 휴직자 신청·선발 현황’을 보면 이 제도를 통해 얻고자 했던 ‘정책의 현장 적합성과 공무원의 전문성 향상’에 의문이 간다.

최근 5년간 이 제도의 운영 현황을 보면 공무원들이 민간기업에 간 목적이 무엇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선발인원은 5~7명 수준이었으나 2015년에는 57명으로 급증했는데, 그 이유가 놀랍다. 인사혁신처가 공무원법을 고쳐 대상을 대기업으로 확대하자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으로 묶었을 때는 회피하다 대기업으로 늘리자 너도나도 나선 것이다. 그 목적은 금전적인 이익이라는데 이의를 달기 힘들다. 이들은 삼성·SK 등 굴지의 대기업과 교보생명 등 금융기관에서 일하면서 많게는 1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민간과의 교류가 돈벌이 기회로 전락한 것이다.

게다가 민간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디딤돌로 이른바 ‘힘쓰는 자리’로 영전되는 특권을 누리기도 했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민간경제연구소에 갔다가, 기획재정부 간부는 보험사에서 일한 뒤 이를 배경으로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민간기업에서 일했던 공무원들이 복귀한 뒤 해당 기업과 유착관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원칙적으로 ‘업무연관성이 있는 기업’에는 가지 못하고, 복귀 후 ‘해당 민간기업과 관련된 부서 배치가 금지’돼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공정위와 금융위 간부가 이전에 일했던 민간기업과 연관된 업무를 맡고 있다. 대형 로펌인 김앤장에서 근무했던 공정위 간부가 김앤장 사건을 맡는 것과 유사한 일이 상시화할 수 있는 것이다.

민간근무 휴직제도는 2002년 시행되다 고액연봉·민간과의 유착 논란이 빚어지면서 폐지된 뒤 2012년 다시 도입됐다. 정부와 민간의 교류를 통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실망이 앞선다. 공무원의 돈벌이 수단이자 부적절한 인맥 쌓기용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차제에 민간근무 휴직제도의 존폐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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