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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의 핵심은 주권자인 시민의 힘으로 검찰을 통제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 첫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수사·기소권 분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주도할 준비와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 발언은 자못 실망스럽다. 문 후보자는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방안과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 청구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방안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검찰의 직접수사·특별수사 기능도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 신설 문제도 “검찰 내부에 찬반 양론이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지명권자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주요 공약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사안이 다르기 때문에 다 동의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문 후보자가 정식 취임하면 2100여명의 검사와 7000여명의 수사관을 이끌어야 한다. 조직의 수장으로서 입법부와 다른 부처에 검찰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는 것은 검찰총장의 중요한 임무이다. 조직을 방어하고 조직 구성원들의 자존심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검찰의 생사가 거론되는 비상 상황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국정농단을 경험한 시민들은 검찰에 뼈를 깎는 반성과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간 경험으로 검찰에 ‘셀프개혁’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공수처 신설이요, 수사·기소권 분리, 검경 수사권 조정 같은 개혁안이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다른 후보들도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유권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문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이나 청렴성, 검사로서의 능력과 자질 등은 흠잡을 데가 없다. 문 후보자가 검찰총장의 국회 불출석 관행과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한 출석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이나, 형사부 검사들에 대한 배려 등 인사 개선 방안을 제시한 점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문 후보자는 현재 시민들이 느끼는 검찰에 대한 분노와 불만부터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새 정부의 검찰총장은 검찰 조직이 아닌 시민을 위한 검찰총장이어야 한다. 검찰개혁에 신명을 바칠 각오가 돼 있지 않다면 문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자신이 적임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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