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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설 전에 또 기자간담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청와대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열되, 장소 사용료 등을 박 대통령 사비로 낼 것이란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자숙은커녕 변명만 늘어놓을 궁리를 하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직무 정지 상태다. 기자회견도 해서는 안된다. 지난 1일의 기자간담회도 불법이었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식 회견이 아닌 간담회 형식을 취했지만 홍보수석 등 청와대 공조직이 동원되고 청와대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고도 기자들에게 촬영과 녹음 등을 금지한 채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끝냈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 공언한 검찰 수사를 편파적이라며 거부했다. 탄핵 재판이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와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언론을 통해 자신의 무죄를 강변하는 피의자를 본 적이 있는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헌재의 증인 신문에 불응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사생활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영선·윤전추 행정관은 서로 짠 듯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여전히 법 위에 군림하며 나라와 시민들을 우롱하고 있다. 나라가 결딴나든 말든 하루라도 더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듯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과 관련해 헌재에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내용이 부실해 퇴짜를 맞았다. 게다가 특검 수사와 최순실씨 재판에서는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사건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했고, 이 회의에 박 대통령도 참석한 정황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 매달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 결정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속셈이다. 공범들과 말 맞추기를 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강제 모금 의혹에 대해서는 “선의의 통치 행위일 뿐, 사익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특검 조사에서 자신이 이같이 말하겠다는 것을 최순실씨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한 번 속지 두 번은 속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꼼수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헌재에 출석해 의혹에 관해 사실대로 밝히고 특검 수사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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