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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부산 소녀상’을 둘러싼 국회 답변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윤 장관은 “국제사회에서는 외교공관이나 영사공관 앞에 어떤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가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장소 문제에 대해서는 지혜를 모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윤 장관의 발언이 곧 부산의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이전을 시사한 것이라며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윤 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점은 일본 측 반응에서도 알 수 있다. 일본 언론들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일본 측 주장에 이해를 나타낸 모양새”라고 보도했다. 당장 소녀상을 치우겠다는 약속은 아닐지라도 일본의 요구를 알고 실천에 옮길 뜻은 확인했다는 것이다. 일본 측은 한발 더 나아가 “윤 장관도 소녀상을 다른 곳에 설치하는 것은 문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국내 시민단체들이 부산 외에 전국 70여곳에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소녀상들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윤 장관 발언 직후 부산 소녀상 설치에 항의 표시로 소환됐던 주한 일본 대사가 다음주 한국으로 귀임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국으로부터 듣고 싶은 답변을 이끌어냈다는 뜻으로, 윤 장관의 발언이 외교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1월 9일 (출처: 경향신문DB)

외교부는 위안부 문제 협상에 대해 애초부터 할 말이 없는 처지다. 피해 당사자를 배제해놓고 협상에 나섰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합의 이후 일본으로부터 계속 무시당하고 있다. 일본이 합의 정신과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도발과 망언을 자제해야 하는데 정반대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10억엔을 지불한 것까지 거론하면서 한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최근엔 화해치유재단이 고령으로 의사 표현조차 힘든 피해 할머니들에게 위로금 수령을 강요한 정황도 드러났다. 어떻게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돈을 안기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무책임한 태도는 묵과할 수 없다. 가해국 일본에 양보만 하는 모습에 “도대체 어느 나라 장관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정부가 공개를 거부하던 위안부 협상 문서가 법원 결정에 의해 공개되면 어떤 비밀이 드러날지 모른다. 위안부 문제 합의는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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