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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파장 분위기다. 이르면 다음주 초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은 리스트에 오른 8인 가운데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만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6인에게는 면죄부를 줄 모양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인터뷰 음성파일과 메모는 물론 측근들의 진술까지 있는데도, 증거가 없다거나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수사를 종결하겠다는 것이다. 메르스 대란을 틈타 어물쩍 넘어가려는 속내가 비친다. 치졸하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본질은 ‘대선자금’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핵심이던 홍문종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수사에 관심이 쏠린 이유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 3인에 대해 계좌추적도 벌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홍 의원을 불러 조사해도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유·서 시장은 소환조차 않고 서면답변서 두 차례 받는 것으로 끝낼 듯하다. 두 달 전인 4월12일 특별수사팀 출범 당시 검찰은 독립적 수사, 성역없는 수사를 공언했다. 다짐은 결국 구두선에 그쳤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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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8인'수사 진행 상황(홍준표,이완구,홍문종,유정복,서병수,김기춘,허태열,이병기) (출처 : 경향DB)


수사는 초기부터 이상했다. 금품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의 최측근 2인은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검찰에 불려가 구속됐다. 성 전 회장 지시로 증거를 은닉·폐기했다는 혐의였다. 검찰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비밀장부 같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찾아내려 했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비밀장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구속된 2인이 숨기거나 없앤 증거는 중요한 자료도 아니었던 셈이다. 특별수사팀 구성 이후 구속자는 이들 2인뿐이다. 돈을 건넸다는 쪽은 구속되고 받았다는 쪽은 불구속 또는 무혐의 처리된다면, 본말 전도 아닌가. 검찰은 리스트에 오른 정권 실세 대신, 이미 사망해 ‘공소권 없음’ 대상이 된 성 전 회장 쪽만 겨냥해 수사를 벌여온 셈이다.

이번에도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력하고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끈 떨어진’ 이 전 총리나 ‘친박 실세 아닌’ 홍 지사로 체면치레만 하고, 정권의 아킬레스건에는 눈감은 것이다. 검찰이 대선자금 의혹을 기어이 덮고 가겠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특별검사에게 사건을 넘겨 전면적으로 재수사하는 수밖에 없다. 국회는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되는 대로 특검 도입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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