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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이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정의당은 이미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국가가 비수급 빈곤층의 생계 해결을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 또는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선후보들과 국회 입법연구기관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적극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부양의무제’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의 부모나 자녀에게 재산이 있거나 일할 능력이 있으면 지원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현재 정부는 중위소득의 30~50% 이하 가구에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인정액이 수급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직계가족 등 부양의무자가 일정한 소득·재산이 있으면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해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이후 빈곤 사각지대를 만드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2014년 송파 세모녀 사건처럼 근로가능한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 2월 경남 양산의 지체장애 남성은 자녀의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탈락하자 세상을 등졌다. 2015년 2월 전남 여수의 발달장애인 자녀의 부모는 부양의무의 고통을 호소하다 삶을 포기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비수급 빈곤층’은 117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준 폐지에 소극적이다. 매년 10조원이 넘는 추가 예산이 필요한 데다 자녀에게 재산을 사전에 증여하거나 재산을 은닉해 급여를 받는 도덕적 해이가 빈발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빈곤층의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국회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내용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국회와 정부는 사회의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고, 빈곤층을 복지 사각지대로 모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 빈곤의 대물림은 정부가 끊어줘야 한다. 국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져야 한다고 헌법 34조는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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