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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한 2013년 검경 수사가 총체적 부실·봐주기 수사였다고 결론내렸다. 특히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전직 검찰 관계자들을 윤씨 비호세력으로 지목하고 이른바 ‘윤중천 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과거사위는 29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의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과거 검찰 수사는 수사의 ABC도 지키지 않은 엉터리였다. 김 전 차관과 윤씨에 대해선 계좌추적도 압수수색도 하지 않은 반면, 피해 여성들과 관련해선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해 e메일 계정을 압수수색하고 방대한 참고인을 소환조사했다. 과거사위 자료의 표현대로 “이율배반적 적극성”을 보인 셈이다. 과거사위는 부실수사의 원인으로 ‘박근혜 청와대’를 지목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앞서 과거사위는 지난 3월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토록 권고한 바 있다.

김용민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이 29일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사건 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과거사위 발표 중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전직 검찰총장의 이름이 포함된 ‘윤중천 리스트’다. 윤씨가 원주 별장을 중심으로 다수의 검찰 간부들과 교류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아무런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제 식구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고 윤씨를 봐주기한 것”이라고 봤다. 한 전 총장 등 거명된 인사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의 고위간부들이 ‘스폰서’를 위해 사건을 부당 처리했다는 의혹은 가벼이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윤씨의 범죄 행각으로 많은 여성들이 피눈물을 흘리지 않았는가. 범행의 파렴치성을 고려할 때 더욱 엄정한 수사가 절실하다.

검찰은 지난 3월 과거사위 중간발표 이후 수사단을 구성해 결국 김 전 차관을 구속했다. ‘별장 성범죄 동영상’이 공개된 지 6년 만이다. 검찰이 이런 성과를 올렸는데도 시민은 여전히 ‘셀프 수사’에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제 최종 결과가 나온 만큼, 배전의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비리를 은폐하고 범죄자를 비호한 세력이 있다면 전·현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수사해야 한다. 김학의·윤중천의 뒷배를 밝히는 게 사건의 본질임을 잊어선 안된다. 이번에도 과거의 치부와 단절하지 못한다면 검찰 조직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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