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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강원 삼척시에서 실시된다. 오늘 사전투표에 이은 내일 본투표 결과에 따라 삼척시민의 의사가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원전 유치는 지역 주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심각한 갈등 요인이 돼왔다. 직접민주주의 방식인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의 뜻이 가감없이 확인되고 정책에 반영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번 주민투표가 원전 유치 문제를 둘러싼 정부 및 삼척시의 정책 결정과 갈등 해소는 물론 지역민주주의 복원의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주민투표를 있게 한 삼척시의 도전과 선택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전임 시장의 일방적인 원전 유치 신청과 중앙정부의 결정을 거부했고 그 뜻을 원전 반대를 공약한 김양호 후보를 62.4%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선출함으로써 구체화했다. 안전행정부와 삼척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원전 시설 입지·건설에 관한 사항은 관련법상 국가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는 등 여러 장애 요인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가 성사될 수 있었던 동력이 바로 주민의 지지와 적극적인 참여라고 할 것이다.

원전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사흘 앞둔 6일 강원 삼척시 남양동 거리에 원전유치를 반대하는 글귀가 쓰인 노란 리본이 걸려 있다. (출처 : 경향DB)


선관위의 위탁사무 거부로 주민투표는 민간조직인 ‘삼척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은 물론 선관위로부터 투표인명부조차 제공받지 못한 채 후원금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무료 자원봉사자를 써 비용을 3억원 이상 줄였다고 한다.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 투표’라는 말 그대로인 셈이다. 투표 전의 지역 분위기도 차분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10여년 전 원전 반대투쟁 때와 같은 ‘대동단결’ ‘결사항전’ 등 비장한 격문 대신 ‘시민주권’ ‘지방자치’ ‘민주주의’ 등의 현수막 문구가 많은 것이 그런 분위기를 잘 전해준다.

문제는 이번 주민투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다. 삼척시는 주민투표 결과의 법적 효력과 관계없이 이를 근거로 정부에 원전 철회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투표율과 유치 철회 찬성률이 높을수록 그 요구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주민투표로 확인된 지역의 민의를 단순히 국가사무라는 형식논리로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삼척시 주민투표가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에서 성공적으로 치러진다면 정부는 오히려 이제까지의 부정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민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것이 지방자치다. 삼척 주민투표가 지역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축제 한마당이 될 수 있도록 국민의 관심과 성원, 정부의 협력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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