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으나, ‘적격성’에 근본적 의문을 일으킨 각종 의혹과 비위는 그대로 남았다. 민주 국가의 총리로서 치명적 결함을 드러낸 ‘언론 외압’과 관련해선 추가로 언론인을 겁박하고 희롱·모욕한 발언이 공개됐다. 이토록 비뚤어진 언론관을 가진 사람이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가 될 경우에 언론을 어떻게 대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청문회 과정에서 이 후보자는 고위공직자의 기본 덕목인 정직성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병역 문제에 대한 이 후보자의 ‘거짓 해명’은 병역 기피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좌와 직결되어 있다. 병역 기피 의혹을 덮으려 거짓을 둘러댄 거라면 그것만으로도 고위공직자로서 결격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사임했던 결정적 이유는 ‘도청’이라는 불법보다 사건을 은폐·축소한 거짓말 때문이었다. 이 후보자는 ‘언론 외압’ 발언을 두고도 청문회에서 허위 증언을 했다.

청문회를 통해 총리 후보자로서 ‘적격성’에 물음표가 찍혔다면, 이러한 결과가 청문보고서 채택과 임명동의에 반영되어야 마땅하다. 인사청문제도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공직자를 철저히 검증하고,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당이 청문 결과와 상관없이 단독으로라도 무조건 임명동의안 처리를 공언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여야가 합의한 일정대로 가야 한다”며 12일 표결 방침을 밝히고 있고, 유승민 원내대표도 유사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청문회를 통해 도덕성과 자질에 심대한 흠결이 드러난 상황에서 2월 임시국회 협상 때의 ‘합의 일정’을 내세우는 건 견강부회다. 여권으로선 앞서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이 후보자마저 중도 하차할 경우 정치적 타격을 걱정할 터이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비춰도 ‘낙제’로 판명난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를 밀어붙인들 국정동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야당 의원 빈자리 국회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한선교 위원장(뒷모습)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인사청문 결과를 토대로 적격과 부적격을 놓고 충분한 토론과 검증을 거친 뒤에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임명동의 절차를 밟는 게 순리다.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의 생명인 도덕성에 결정적 문제가 있는 사람은 절대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입에 올리면서 애써 세워진 정상을 비정상으로 돌리는 짓을 해서 되겠는가. 물론 이미 정국의 골칫거리가 되었고, ‘의혹 완구점’으로까지 조롱받는 이 후보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일 터이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