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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의혹 백화점’을 방불케 했다. 언론 외압,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황제 특강’ 등 일일이 재론키도 구차한 의혹·비위들이 검증대에 올랐다.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보도 통제’와 언론사 인사개입을 자랑스레 떠벌린 ‘녹취록’ 내용에 이 후보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통렬히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청문회 내내 각종 의혹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보다 “송구하다” “죄송하다”며 몸을 낮추고 고개를 조아렸다. ‘언론 외압’ 등 해명이 불가능한 사안이 속출하자 동료의원들에 대한 읍소로 인사청문회 관문을 어떻게든 지나가려는 셈법이었을 터이다.

하지만 “대오각성” “사과” 정도로 양해될 만한 상황이 이미 아니다. 공직자로서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는 ‘언론 외압’ 외에도, 이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은 과거 인사청문 기준에 대입해도 낙마 사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청문회에선 병역 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자의 ‘거짓 해명’이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징병 신체검사를 여러 번 다시 받으며 현역 복무를 고의 회피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첫번째 신체검사를 X레이 장비가 없는 충남 홍성에서 받은 탓에 현역 판정을 받았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첫번째 신검은 서울 육군수도병원에서 실시됐고, 보충역 판정이 내려진 재검을 홍성에서 받은 게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기억 안 난다”고 회피했지만, 병역 면제가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느냐는 의구심은 더 짙어졌다. 언론 외압 ‘녹취록’의 추가 내용도 공개됐다. ‘김영란법을 통과시켜 언론인을 혼내주겠다’ ‘언론인들 대학총장도, 교수도 만들어줬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 후보자의 비뚤어진 언론관이 단순 실언이 아니라 뼛속 깊이 새겨진 사고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심각한 부동산 투기 의혹엔 “투기가 아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도,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그렇게 모든 걸 사과 한마디로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특위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총리 인사청문회 정회 중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외압과 관련한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음성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완구 청문회’는 고위 공직자로서 도덕성에 치명적 결함이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언론 외압, 의혹이 증폭된 병역 면제, 여전히 해명되지 않은 부동산 투기만으로도 총리로서 자격 미달이다. 도덕성은 공직자에게 능력 이상으로 중요하다. 도덕성이 결여된 능력은 권력의 흉기가 되기 십상이다. 인사청문 기준이 그때그때 다르면 사회의 윤리와 공직의 청렴성을 유지·제고시킬 수 없다. 이 후보자가 이런 흠결을 지닌 채 총리가 된다면 내각을 통할할 권위를 세울 수 없고,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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