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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이 사고 당시의 상황을 법정에서 증언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는 어제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단원고 생존 학생 6명 및 거동이 불편한 일반인 생존자 등 3명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그동안 검경 수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참사 당시의 상황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어린 학생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는지 직접 듣기는 처음이다. 비록 기존 사실관계를 뒤집거나 새롭다고 할 만한 내용은 없다고 하더라도 새삼 충격과 울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28일 오전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법정증언을 마친 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으로 나서고 있다. (출처 : 경향DB)

두고두고 안타까운 것은 학생들의 탈출을 막은 선내 방송이다.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 당시 선내에는 “헬기가 오고 있으니 기다려라. 특히 제발 단원고 학생들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내용의 방송이 반복됐다고 한다. 또 다른 학생은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왔다면 캐비닛 등을 밟고 많은 인원이 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자력 탈출이 가능한 상황에서 선장을 비롯한 주요 승무원들이 승객, 특히 단원고생의 탈출을 적극적으로 막았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선장과 주요 승무원 수사에서도 아직 속 시원히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이다.

생존 학생들의 눈에는 해경도 구조에 아무런 역할을 못한 것으로 비쳤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던 고무보트에 탄 해경은 비상구에서 바다로 떨어진 사람들을 건져올리기만 했고, 비상구 안쪽에 친구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는데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는 것이다. 선실에서 탈출할 때나 바다에 떨어진 뒤 구조될 때나 친구나 승객, 어선의 도움이 있었을 뿐 승무원이나 해경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는 게 그들의 말이다.

참사의 충격과 상처를 치유하고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것도 힘겨운 처지의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진실 규명을 위해 법정 증언에 나선 것은 용기 있고 가상한 일이다. 세월호 진실 규명 필요성은 그들의 증언을 통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났다.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 진실을 밝혀달라”며 지난 15일 학교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1박2일 도보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그들의 친구들을 지켜주지 못한 기성세대는 “왜 친구들이 그렇게 됐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달라”는 그들의 요구에도 귀를 막고 있는 형국이니 답답하다. 세월호 수사도 세월호특별법도 맹골수도에서 표류하던 세월호처럼 불안하기만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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