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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은 포항은 물론이고 서울과 강원도는 물론 제주도 지역까지 감지됐다. 전국 곳곳에서 건물의 흔들림이 느껴지는 등 지난해 경주지진(15㎞·5.8)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진원(9㎞)이 더 얕아 체감 위력은 더 컸다. 수능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발생한 강진은 크고 작은 여진을 낳았다. 교육부는 결국 16일 시행할 예정이던 수능을 일주일 뒤인 23일로 연기했다.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으로 수능을 연기한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남의 일로 치부되던 지진이 어느덧 전 국민의 관심사인 수능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일부 학교의 시설이 파손돼 학생 안전이 우려되고, 시험시행의 형평성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수능 연기에 따른 입시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한 명의 수험생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진원지 부근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내 건물 외벽이 무너지면서 도로에 주차해 놓은 차량들을 덮쳤다. 규모 5.4의 이날 지진은 1978년 우리나라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경상일보 제공

이날 규모 5.4의 지진은 지난해 9월 지진 관측 이후 최대규모(5.8)였다는 경주지진에 이어 1년 2개월 만이다. 지진 안전지대로 치부되던 한반도에서 이토록 단기간 내에 큰 규모의 지진이 잇달았다는 것은 심상치 않다. 그사이 640여 차례의 여진이 일어났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한반도의 지반이 약해지면서 빚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정부는 2020년까지 조기경보시스템과 내진설계대상의 강화 등 다양한 지진대책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민간건축물 중에서 내진설계가 이뤄진 비율은 20%를 밑돌고 학교, 철도와 교량 등 공공시설물의 내진율도 40% 선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원자력 발전소의 세계 최다 밀집지역이다. 공사재개가 확정된 신고리 5·6호기 등을 포함해서 고리(10기), 한울(8기), 한빛·월성(이상 6기) 등의 원전이 특정지역에 몰려있다. 이 중 고리·월성 일대에는 60여 개의 활성단층이 확인됐다. 한반도에서 7.0 이상의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제법 있다. 설마하고 수수방관할 때가 아니다. 노후원전의 조기폐로 문제도 이참에 거론되어야 한다.

지난해 9월 규모 5.8의 경주지진이 일어난 뒤 꼭 일주일만에 규모 4.5 여진이 이어졌다. 15일 오후의 지진은 더 강한 지진의 전조일 수 있다. 추호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시민들도 이번 지진을 계기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진 발생 때 잠깐 안전에 관심을 갖다가 평상시엔 잊어버리는 망각증은 곤란하다. 재난 안전 대책에 부족한 곳이 없도록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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