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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됐다. 속속들이 부패한 전직 대통령에게 관용은 없었다. 사법적으로 마땅한 귀결이요,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도 뚜렷이 돋을새김될 사건이다. 사법부는 최악의 국정농단을 저지른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직을 불법적 치부의 발판으로 삼은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함으로써 ‘법 앞의 평등’이 헌법에 잠든 명제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원칙임을 보여주었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110억원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이에 따라 검찰 수사기록과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 의견서 등을 토대로 영장심사를 벌였다.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서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의혹에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2007년 서울중앙지검의 다스 수사 및 2008년 1~2월 정호영 특검의 BBK 수사를 언급하며,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다스 지분 등 실소유가 인정됐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죄 등으로 대통령 당선무효가 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10년 전 퇴행했던 역사의 물길은 뒤늦게나마 바로잡혔다. 그러나 구속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 전 대통령의 영장에 들어간 범죄 혐의는 삼성전자로부터 60억원대 다스 소송비를 대납받고, 인사·사업 로비자금으로 22억5000만원을 챙기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7억원을 상납받은 혐의 등 입증이 용이한 뇌물 부분에 집중됐다. 이 전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원세훈 국정원’의 사이버 외곽팀 운영·공영방송 장악 등 정치공작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을 지시했거나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액수도 영장 기재액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부인 김윤옥 여사 역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때까지 신속하고도 치밀한 수사로 모든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또한 2007년 다스 수사에서 ‘미래권력’에 무릎 꿇었던 스스로의 과거를 반성하고 관련자들의 책임도 물어야 옳다.

이 전 대통령은 이제 구치소의 작은 독방에서 ‘미결 수용자’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쯤 검찰 조사에서 사실을 털어놓은 측근들을 원망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검찰 수사 초기부터 정치보복 프레임을 내세워 여론의 동정을 이끌어내려 했던 계획이 다 무위로 돌아갔음을 그도 알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모든 진실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고 시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그것이 한때나마 국가 최고지도자를 지낸 사람으로서의 도리다.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심판으로 오욕의 역사는 마감됐다. 용기 있는 주권자들은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응징당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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