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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과 확산의 온상이 된 것에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어제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참담한 심정으로 책임을 통감하며 병원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의 사과는 삼성 오너 일가로는 2008년 4월 이건희 삼성 회장의 특검 사태에 대한 사과문 발표 이후 7년 만이고, 삼성그룹 대표로는 처음이다. 그만큼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유행의 진원지로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고 병원임을 자처하면서도 감염 추적관리 부실 등 미숙한 대응으로 일관해 ‘메르스 2차 유행’의 진원지가 되었다. 이로 인해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과 대가를 치르게 한 것을 생각하면 삼성그룹 최고 경영진이 몇 번을 사과한들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주지하다시피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대처에 실패한 것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의료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영리 추구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병원을 이윤 추구의 도구로 삼다보니 자연스럽게 응급실 감염 예방에는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진료 환경을 청결히 유지하고 감염 예방 등 안전 관리에 주의 의무를 다한다’는 병원윤리강령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 병원이 왜 최고 병원이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기본을 지키지 않은 병원에 최고의 영예를 수여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삼성이 뚫린 게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고 큰소리치는 오만함도 드러냈다. 감염병 예방 시스템만이 아니라 병원 전체가 단단히 고장 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전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메르스 사태와 관련 ‘머리를 숙여’ 사죄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민간 대형병원은 보수정권이 편 공공의료시스템 무력화 정책의 수혜자이다. 공공의료의 공백이 커지면서 전국의 환자들이 몰려 대기업 못지않은 매출을 올렸다. 비단 병원윤리강령이 아니라도 많은 시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형병원들은 의료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삼성서울병원은 과연 그 책임을 얼마나 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은 앞으로 응급의료 프로세스와 위기관리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설과 장비 및 인력을 확충하고 시스템을 손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타 공인의 국내 최고 병원이라면 병원 윤리와 사회적 책무성도 최고 수준으로 갖춰야 한다. 삼성서울병원이 이 부회장의 사과를 계기로 대변혁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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