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엊그제 광주지역 MBC, KBS 노조가 1980년 당시 5·18 왜곡보도에 대해 공식 사죄하는 행사를 금남로에서 가졌다. 이들은 사과문을 통해 “계엄군이 휘두른 대검에 찔린 시민들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사실 보도 한 줄 없었다”며 “우리는 언론이 아니었다”고 사죄했다. 이어 “방송은 계엄군이 써준 대로 광주 시민들을 폭도로 묘사했다”면서 “만약 방송사들이 단 1초, 단 한 줄이라도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했다면 군인이 자국민을 향해 총을 쏘는 비극만은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은 현실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정권에 아부하는 김재철 MBC 사장, 김인규 KBS 사장이 물러나지 않는 한 32년 전과 같은 비극은 되풀이될 것”이며 끝까지 투쟁해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방문진 이사회 출석하는 김재철 MBC 사장 (경향신문DB)



왜곡보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광주MBC과 광주KBS 사옥에 불을 지른 날에 맞춰 열린 행사 소식은 다시금 왜곡보도와 오보의 폐해를 성찰케 한다. 그것은 그저 폐해란 표현 정도로는 부족한 가공성을 갖는다. 사과문이 진실보도의 외면이 광주의 비극을 초래했다고 지적한 대로다. 


오늘날 거개의 왜곡보도와 오보는 방송 종사자들의 알아서 기기와 결합해 나타난다. 30여년 전엔 거의 외압에 의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낙하산 사장과 권력의 결탁·야합 성격이 강해진 것이다. 우리는 지난주 MBC ‘뉴스데스크’에서 그 가공스럽고 극단적인 실제 사례에 맞닥뜨렸다. 지난 17일 권재홍 기존 앵커(보도본부장)를 대신해 임시 앵커를 맡은 정연국 앵커는 “어젯밤 권재홍 앵커가 뉴스데스크 진행을 마치고 퇴근 중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어 당분간 방송 진행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배현진 아나운서는 “권 본부장이 20여분간 노조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고 상보를 전했다. 권 앵커의 부상 소식을 톱뉴스로 다루면서 노조원들이 폭력을 행사했다는 인상을 준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그날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며 신체 접촉 사실을 전면 부인하자 회사 측은 말을 바꿨다. “권 앵커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두통과 탈진으로 치료 중”이란 것이다. 


이런 보도행태는 광주시민을 폭도로 규정한 옛날 방송의 그림자를 감지하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필요하다면 공공 이슈를 다루는 ‘뉴스데스크’마저 사유화해 국민을 상대로 노조원들을 ‘폭도’ 비슷한 존재로 모는 왜곡보도조차 거리낌없는 이들을 도대체 무엇이라 규정해야 할까.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