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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기록물에 대한 온라인 열람권은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물 유출 사건의 핵심 논란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전직 대통령에게 열람을 위한 편의와 시설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음에도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였다. 국가기록원은 온라인 열람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노 전 대통령의 요구를 “보안상 문제가 있고 시설을 만드는 데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며 거절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달랐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하기 전날인 2013년 2월2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에 온라인 열람 장비를 설치한 것으로 최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국가기록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드러났다. 사저에 온라인 열람에 필요한 장비를 설치한 것은 2010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에 전직 대통령의 온라인 열람권을 보장하는 조항이 신설돼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전임자의 열람권 행사를 ‘불법 유출’이라며 각종 정치적 공세와 법적 고발조치 등으로 맹공했던 전비(前非)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 한마디 정도는 있어야 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5년 2월 2일 (출처 : 경향DB)


최근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대통령지정기록이나 비밀기록으로 관리됐을 것으로 유추되는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해서 많은 의혹과 비판을 산 바 있다. 이번에 사저에 온라인 열람 장비를 설치한 것이 확인됨으로써 의혹이 또 하나 추가된 셈이다. 전직 대통령의 온라인 열람권은 지정기록물과 비밀기록물을 제외한 기록물에만 한정된다. 회고록 내용과 이 전 대통령 측이 밝히는 작성 과정 등을 보면 사저에서 지정기록물을 열람한 정황이 농후하다.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국가기록원은 이 전 대통령 측이 회고록을 집필하면서 기록을 열람한 과정과 내용을 확인하는 정보공개청구에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과 국가기록원 간에 주고받은 공문서도 없다는 답변이 왔다고 한다. 의혹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노 전 대통령의 열람권 행사에 한없이 엄격했던 이 전 대통령 측과 국가기록원이 이 전 대통령 기록물과 관련해 이처럼 각종 의혹과 구설에 시달리는 모습이 딱하다. 떳떳하다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든가 관련 정보를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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