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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출산율 올리기’ 사업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30일 펴낸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정부는 합계출산율 1.27명, 출생아 수 44만5000명을 목표로 삼았지만 결과는 합계출산율 1.15명, 출생아 수 40만명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앞서 정부는 2005년부터 5년씩 1, 2차 기본계획을 만들어 80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오는 2020년까지 10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합계출산율 1.5명, 출생아 수 48만명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다.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미래가 걸린 문제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해 왔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동안 벌인 사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성이 생겼다. 더이상 미룰 수 없게 된 정부 대책의 문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머리 행정’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출산 적령기 시민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다수가 ‘경제·사회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시민은 고용불안에다 주거대책까지 막막한 상황이어서 출산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런데 정부의 대책은 가려운 데를 긁어주지 못했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아빠의 달’ 확대를 비롯해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난임시술 지원 확대 등은 출산율 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쉬운 해고’ 등으로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져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불안한 일자리는 고용불안을 키워 오히려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만든다.

저출산 대책은 구태의연한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무모할 정도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힘들어 아이 낳기를 꺼린다면 현금 지원을 해서라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놀랄 정도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육아수당’ ‘영아보육수당’ ‘가족수당’ 등 직접적인 지원방안을 검토하자는 얘기다. 여성만 출산과 육아를 책임지는 관습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구난방인 보육 관련 대책을 통할하는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지고 키운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는 한 출산율 제고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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