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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이하 행정처) 차장에게 오는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중 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역임하며 재판거래·법관사찰의 실무 책임자 역할을 한, 사법농단의 핵심 인물이다. 임 전 차장의 검찰 소환은 지지부진하던 사법농단 수사가 정점으로 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의 진술 여하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 및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행정처장 등 옛 대법원 수뇌부의 소환 시기와 신병처리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10월12일 (출처: 경향신문DB)

임 전 차장의 혐의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과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 집행정지를 둘러싼 행정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자 직권남용죄 법리검토를 해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사법농단 관련 문서들을 작성한 전·현직 법관 대다수가 임 전 차장 지시로 보고서를 썼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법농단 의혹 문건 수천건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확보해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이 이미 확보한 진술과 문건 등으로 미뤄볼 때 임 전 차장에 대한 기소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은 실무 책임자에 불과하다. 주지하다시피 헌정사상 유례없는 사법농단의 ‘몸통’이자 총책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이다. 임 전 차장 소환 조사는 양 전 대법원장 조사로 가는 길목일 뿐이다. 검찰은 수사의 고삐를 조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앞당겨야 한다.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방탄판사단’이라는 비판까지 들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들은 양 전 대법원장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네 차례나 기각했다. 네 번째 기각 사유는 “주거, 사생활의 비밀 등에 대한 기본권 보장”이었다. 사법농단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기본권을 침해당했고 심지어 목숨을 끊은 이까지 있는데, 판사들 눈에는 오로지 전직 대법원장의 기본권만 보이는가. 법원이 양승태로 상징되는 ‘앙시앵 레짐’을 비호할수록 특별재판부 구성이나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에 대한 탄핵 요구만 높아질 것이다. 법원이 임 전 차장 선에서 꼬리를 자르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될 거라 여긴다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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