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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관변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이 제4 이동통신사업 추진계획을 밝혔다. 연맹 회원 150만명과 회원 기업들이 주축이 돼 컨소시엄을 만든 뒤 정부로부터 허가권을 따내겠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이념운동 단체로 표현하는 자유총연맹의 뜬금없는 이통사업 진출 선언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추진 목적도 ‘반값 요금’ 등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실현을 위한 것이라니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관제 사업을 하겠다는 건지 당최 알 수 없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사가 장악하고 있는 이통시장에 새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 자체를 반대할 까닭은 없다. 오히려 신규 사업자 가세로 50 대 30 대 20 구조로 고착돼 있는 시장에 경쟁이 붙으면 산업 경쟁력 제고는 물론 가계의 통신비 절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유총연맹이 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볼썽사납다. 특정 정치집단의 이해를 추종하고 때로는 직접 행동도 불사하는 관변단체가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공익적 성격을 띠는 이통사업자가 되려는 것을 납득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연맹은 매년 수십억원의 국가 지원금을 받으면서 전용, 횡령은 물론 인사청탁 등 비리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내부 자정이 우선인 상황에서 신규 사업이라니 어이가 없다.

지난 3월 KT, LG통신사 영업정지 사건 당시 SK텔레콤의 정상영업을 알리는 안내 문구 (출처 : 경향DB)


사업 능력도 의문이다. 연맹은 산하에 한전산업개발을 운영하는 등 사업 경험이 풍부하다고 얘기하고 싶겠지만, 경쟁이 없는 전기검침 업무로 이득을 보는 한전산업개발과 정글의 싸움으로 비유되는 이통사 운영은 차원이 다르다. 실제 이들이 낸 사업 추진계획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연맹 측은 회원 기업 수백곳과 소상공인 3만여명이 주주로 참여한다면서 최초 자본금 1조원 조달에 이어 사업권을 획득한 뒤 공모를 통해 자본금을 늘리겠다는 막연한 계획서를 내놨다. 기술력에 대해서도 “훗날 밝히겠다”며 얼버무렸다. 이통사업을 위해서는 기술력은 물론이고, 안정적 서비스 제공 능력을 갖추는 게 필수적이다. 여기에 신규 주파수 확보에 필요한 재원과 막대한 설비투자 자금 등 재정적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모바일인터넷이 6차례 도전에도 번번이 탈락한 것은 이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자유총연맹이 이명박 정부 때 보수 언론의 종편 허가와 같은 특혜를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도는 모양이나 정치와 사업이 뒤섞이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명약관화하다. 연맹은 추진계획을 접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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