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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창근 부장판사)가 그제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468명에 대해서도 정규직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18·19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179명을 정규직으로 인정한 데 이어 불법파견에 대한 법적 판단을 더욱 분명히 한 판결이다. 한마디로 연속된 작업 공정에서 사내하도급은 모두 불법이라는 것이다.
재판부가 불법파견 기준으로 삼은 것은 원청업체의 실질적인 지시·감독 여부다. 형식적인 근로계약 주체를 따지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원청이 작업 지시를 내리고 사내 협력업체를 관리했다면 파견이라는 것이다. 기아차가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의 공정을 분리했음에도 재판부가 이 역시 불법파견으로 본 근거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현대차에 대한 판결에서도 공정을 따지지 않았고,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2차 사내하청도 파견으로 보았다. 노동법상의 파견계약이 아니라 민법상의 도급계약을 맺고 하청업체 노동자를 착취하는 고용형태인 위장도급을 근본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법원이 25일 “기아자동차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직후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다. (출처 : 경향DB)
문제는 사법부의 판단까지 한사코 인정하지 않으려는 현대·기아차의 태도다. 현대차는 이미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24일 항소장을 냈고, 기아차도 항소할 뜻을 밝힌 상태다. 특히 현대차는 2004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과 2012년 최병승씨 사건의 대법원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온갖 핑계와 소송전으로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것조차 거부해왔다. 이미 확정된 법리를 무시하고 형식적 절차를 악용하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비판이다.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상대로 소모적 싸움을 벌이는 것은 대기업이 할 바가 아니다. 이참에 법적 공방을 끝내고 불법파견 해소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안을 생각해볼 일이다. 정몽구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현대·기아차 사내하청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자동차업계는 물론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하는 다른 제조업계나 서비스업계의 불법적인 비정규직 사용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점에서 재계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기업경쟁력 저하와 국내 투자 축소, 생산기반의 해외 이전 등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아우성칠 게 아니라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에서 파견노동을 금지하고 2년 이상 계속 고용 시 직접고용으로 간주하는 현행 근로자파견법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법부터 지킬 생각을 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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