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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눈뜨고 못 볼 지경으로 흐르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그제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어 자격 논란이 있다’는 지적에 “0.1%도 가능성이 없지만, 유죄가 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나가는 말로 한 게 아니라 세 차례나 같은 말을 했다. 그런가 하면 당내 1차 예비경선에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후보들이 다수 컷오프를 통과했다. 지지율 낮은 후보들의 출마로 선거판을 희화화한 것도 모자라 막말과 색깔론이 난무하는 막장 수준의 경선으로 시민들의 짜증을 유발하고 있다.

당내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홍 지사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1심에서 유죄, 2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은 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유죄 판결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대선에 도전한 것 자체가 논란거리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의 죽음까지 조롱하며 표를 얻으려 하다니 그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비난이 커지자 어제는 “노 전 대통령은 돈을 받았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고, 저는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안 해도 된다는 뜻”이라고 변명했다. 끝없는 궤변으로 국민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후보들이 19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토론회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상수·원유철·홍준표·김진태·이인제·김관용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다른 후보와 당 역시 퇴행적 주장으로 선거판을 흐리기는 매한가지다. 비현실적이고도 위험천만한 핵무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장하는가 하면 ‘충청 대망론’으로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색깔론 제기는 더 심해졌다. 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그제 논평에서 “민주당이 김정은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친김정은 정책을 즉각 포기하라”고 주장했다.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대북 정책을 촉구하자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라는 막말까지 했다. 시민들이 정책 경쟁을 하기는커녕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런 경선을 주목할 리 없다.

대선은 시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가의 미래를 맡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이다. ‘계엄령을 선포하라’거나 ‘군대는 일어나라’는 시대착오적 구호가 당내 선거판을 주도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이러니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장단을 맞춘 전직 국정원장까지 보수의 대표 후보를 자임하며 출마를 선언하는 촌극을 벌이는 것이다. 이런 세력이 보수의 본류를 자처하는 한 희망이 없다. 향후 보름간의 경선이 각당 대선후보를 결정한다. 보수진영은 합리적 보수세력을 바라는 시민의 뜻을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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