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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악성 컴퓨터 프로그램 랜섬웨어의 공격으로 큰 혼란에 빠졌다. 지난 12일 영국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50여개국에서 20만건의 피해가 접수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전례 없는 사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에서는 한때 병원과 은행 시스템이 마비되고, 자동차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독일·프랑스·미국·러시아·인도 등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속출했다. 한국에서도 종합병원 등 4곳이 피해를 신고했다.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감염 시 컴퓨터에 표시되는 몸값 요구 화면 시만텍 제공

랜섬웨어는 중요 파일을 암호화해 열 수 없도록 한 뒤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이다. 한마디로 ‘디지털 인질극’인 셈이다. 최근 몇년 새 부각돼 변종을 거듭하면서 종류만도 3000가지가 넘는다. 종류마다 암호 해독법·요구액도 다르다. 이번에 유포된 랜섬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의 취약점을 파고들었다. 사용자가 인터넷에 연결만 돼 있으면 감염된다고 한다. 해당 랜섬웨어의 확산을 중단시키는 킬 스위치가 발견됐지만 이를 제거한 변종이 나와 감염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한국의 피해가 적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주말이 겹치면서 피해 수준이 높지 않았지만 기관과 기업들의 정상 업무가 시작되는 오늘부터가 위험구역에 돌입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랜섬웨어 공격자들은 금전 요구 대상국 언어로 한글을 포함시킨 상태이다. 한국이 상시적 사이버 테러 노출국이라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기관, 원전, 언론기관과 금융사의 전산망은 수시로 뚫렸다. 정부는 그럴 때마다 사이버 대응체계 구축을 얘기해 왔지만 시민들은 여태껏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때맞춰 주요 7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사이버 범죄의 위협에 공동 대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정부도 사이버 테러를 국가 존망의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체계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개인들도 소프트웨어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 의심스러운 e메일은 삭제하고, 중요 파일은 백업해 둬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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