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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시간 줄곧 서서 일하는 마트 계산원치고 허리나 다리 등에 근골격계 질환을 앓지 않는 이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외국의 같은 계산원들은 앉아서 일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한국에선 대부분 서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마트에서 계산원들에게 의자를 제공해 앉아서 일할 수 있게 하자 ‘손님은 서 있는데 건방지게 앉아서 계산한다’며 호통을 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손님은 왕’이란 말은 손님에 대한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변질되고 지나쳐 정말 손님이 왕 노릇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오죽하면 ‘진상 손님’이란 단어가 등장하고 ‘손님 있고 손놈 있다’, ‘오냐 손님 후레 손님’된다는 요즘 속담까지 등장하겠습니까.

‘손님은 왕’은 원래 국제적인 호텔사업을 하는 리츠칼튼 호텔의 창업자 세자르 리츠가 한 말입니다. 그리고 원래의 의미는 ‘왕처럼 돈을 쓰는 손님은 왕처럼 모신다’는 서비스 정신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돈을 더 쓰는 만큼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말이지요. 그러니 ‘손님은 왕이란 말도 모르느냐!’며 화를 내는 이는 이 말이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하는 말이지 손님이 할 말은 아님을 모르는 것이자, 스스로 진상 손님임을 고백하는 셈이 됩니다.

‘손님도 이럴 손님 있고 저럴 손님 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같은 경우라도 사람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야 한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 노동자들은 지나친 서비스 요청과 돌아올 불이익 때문에 막말, 욕설, 성희롱을 받아도 난색 정색 못하고 참아야만 합니다.

지나친 서비스와 ‘손님은 왕’이란 말은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의 모 호텔에 적혀 있다는 말로 마무리합니다. “저희는 신사숙녀 여러분을 모시는 신사숙녀입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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