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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직장 체류시간이 줄어든 반면 여가활동을 위한 소비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KT가 지난 8월1일~9월16일 유동인구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이 밀집한 광화문 일대 직장인의 직장 체류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하루 평균 55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게임 업체가 모여 있는 경기 판교는 11.6분 감소했다. 반면 300인 이하 사업장이 많은 서울 가산디지털단지는 근무시간이 되레 5.6분 늘었다. 직장인의 소비 행태에도 변화가 있었다. BC카드가 지난 8~9월의 서울 시내 가맹점 매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점·헬스클럽·영화관 같은 여가활동 관련 업종의 매출이 9.2% 늘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의 긍정적 신호들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해간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시행이 3개월밖에 되지 않은 데다 적용 대상이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적용된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도입됐다. 아직 일자리 창출 효과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52시간제가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활동을 늘리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은 탄력근무제나 자유근로제 도입 등으로 주 52시간제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편이다. 이들 직장인은 대부분 안정적인 보수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경제활동이 필요하지 않다. 상업시설에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경제능력도 갖추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혜택이 이들에게 그쳐서는 안된다. 중소 사업장의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어갈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체육관·도서관 등 주민 생활밀착형 시설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하드웨어와 함께 일상에서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보자. 지역·마을 단위로 취미나 여가활동을 위한 프로그램도 강구해야 한다. 인문학 공부 모임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퇴근을 재촉하는 52시간 근무제는 여가를 누리는 삶, 저녁이 있는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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