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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이 ‘낙하산 사장’ 임명을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벌인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 등 3명을 해고한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어제 노 전 위원장 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해임이 정당하다”는 고법 판결을 받아들인 것이다. 2008년 10월 해고 후 무려 6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이번 판결은 한국 언론의 특성과 현실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언론의 정치적 중립과 국민 알권리 보호를 우선적 가치로 인정하지 않고 경영권 침해의 측면만 강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권력의 언론 장악 시도를 정당화한 셈이기 때문이다. 노 전 위원장 등은 2000여일 동안 복직을 기대하며 노심초사했으나 물거품이 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언론인은) 정치적 중립이나 방송의 공정성이라는 공적 이익을 도모해야 하지만 노 전 위원장 등의 사장 출근 및 업무 방해 행위 등은 경영주의 대표권을 직접 침해한 것으로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당시 YTN 상황과 한국 언론의 특성에 대한 단선적 해석일 뿐이다. 대통령의 선거를 도운 인사의 보도전문채널 사장 취임이 보도의 공정성 훼손을 위협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단순 의견 표명 외에 이를 막을 합법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YTN 노조가 반대 운동을 벌인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정부가 언론 장악을 시도한다면 맞서 싸우는 것이 언론인의 당연한 책무 아닌가. 따라서 법원은 언론 자유와 독립성 확보를 위한 행동의 동기를 경영권 못지않게 적극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법이 이를 외면한다면 언론의 앞날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언론의 정치적 중립과 자유가 건강한 민주주의의 주요 지표라는 점에서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YTN 사태 때 ‘낙하산 사장’ 반대운동을 벌이다 강제해직된 조합원들이 해직 1년을 앞둔 5일 YTN 사옥 근처에 모여 소회를 말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번 판결은 1심과 전혀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노 전 위원장 등의 행동은 언론사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공익을 지키려는 동기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해고 조치는 부당하다”고 판결했으나 항소심에서 뒤집어진 것이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가 노사 조정을 통해 노 전 위원장 등의 전원 복직을 담은 화해권고결정문을 채택해 해고의 부당성을 시사한 뒤 정작 재판에서는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의 정치적 중립 논란과 권력의 언론 장악 노력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 왜곡보도와 새누리당의 KBS 국영방송화 시도가 그 증거다. 대법원 판결이 언론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해도 좋다는 신호로 간주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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