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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어제 “새로운 변화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제대로 받들지 못했다”며 대표직을 사퇴했다. 4·11 총선에서 진 민주당의 사령탑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한 대표의 사퇴는 민주당이 요구받고 있는 쇄신과 변화의 첫걸음일 뿐이다. 그만큼 민주당이 처한 상황은 엄중하고, 가야 할 길은 멀다.
한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리더십 논란에 휘말렸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 유죄를 받은 임종석 전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기용하고 공천까지 준 게 시작이었다. 논란이 일자 임 전 의원이 총장직에서 물러나고 공천장도 반납했지만 여론은 나빠질 대로 나빠진 뒤였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 김용민씨를 정봉주 전 의원 지역구에 공천한 것도 화근이 됐다. ‘지역구 세습’ 비판을 무릅쓴 선택은 막말 파문으로 이어졌다. 한 대표는 김 후보의 사퇴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어정쩡한 사과로 사태를 봉합하려 했지만 결과는 총선 패배로 나타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폐기 문제도 참여정부 시절 총리를 지낸 한 대표가 사과해야 돌파할 수 있는 사안이었으나, 그는 모호한 해명으로 일관했다. 대선주자가 아니라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한 대표의 리더십·카리스마 부족이 총선 패배에 상당한 원인을 제공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민주통합당에 입당, 한명숙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경향신문DB)
민주당은 6월 전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때까지 임시 지도부 체제로 당을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두 달간은 민주당에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경쟁자인 새누리당이 ‘박근혜 체제’로 일사불란하게 단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시 지도부가 당을 이끄는 동안 갈등과 분열 양상이 나타나면 위기가 수습되기는커녕 최악으로 갈 수 있다. 과도기에 임시 당권을 쥐는 이는 물론이고 구성원 모두가 헌신과 희생의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으로 뭉쳐 질서있게 당을 추슬러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 내 대선후보군도 마찬가지다. 대권을 둘러싼 경쟁이 조기에 불붙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지나친 힘겨루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선주자들은 당내 권력 다툼에 매몰되기보다 대선을 위한 정책구상을 가다듬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19대 총선 결과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래 비전이 결여된 정권심판론은 더 이상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대선주자들은 중산층과 서민의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 의제를 제시하고, 이를 구체적 정책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민주당에 등 돌린 시민들을 다시 돌려세우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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