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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가혹행위가 상상 이상으로 극심했으며 최 선수 외에 다수의 추가 피해자가 있다는 증언과 폭로가 6일 나왔다. 그런데 주요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혐의를 부인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변명과 발뺌에만 급급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최 선수가 속했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의 김규봉 감독과 선배 선수 2명은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폭행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최 선수가 팀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와 더불어 가혹행위 당사자로 신고·고발한 이들이다. 김 감독은 “폭행한 적 없고, 선수가 맞는 소리를 듣고 팀닥터를 말렸다”고 주장하며 “선수가 폭행당한 것을 몰랐던 부분의 잘못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사죄할 마음이 없느냐는 의원 질의에 여성 선배 선수는 “마음이 아프지만,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최 선수의 남자 선배는 “폭행 사실이 없으니 미안한 마음은 없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최 선수가 죽음으로 피해를 증언하고, 추가 피해자가 속출하는데 가해 혐의자들은 그런 일 없었다고 버티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검찰 수사로 그 진상을 낱낱이 밝힐 수밖에 없게 됐다.

최 선수의 동료 선수 2명이 이날 국회에서 밝힌 경주시청 팀내 가혹행위는 참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상습 폭력·폭언이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당연시됐다고 했다. 구타와 협박을 일삼은 감독과 운동처방사뿐 아니라 주장을 지낸 선배 선수의 폭력에도 24시간 노출돼 있었다고 했다. 주장은 최 선수를 정신병자라며 집단따돌림하기도 했다고 한다. 각목으로 얻어맞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라는 협박 등을 당한 피해자라고 밝힌 동료 선수들은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이날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감독과 선배 선수 2명에 대한 징계 심의에 착수했다. 징계는 시작일 뿐이다. 징계에 그치지 않고 엄중한 사법처리가 이어져야 야만적인 체육계 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수사당국은 고 최 선수에 대한 폭행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가혹 행위, 그리고 문제 제기를 막으려는 무마 시도까지 모조리 다 조사해야 한다. 경주시체육회 등의 미온 대응 등도 조사해야 한다. 그것만이 제2, 제3의 최숙현이 될지 모르는 선수들을 보호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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