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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약 달성을 위해서는 내년에 2020년도 최저임금을 19.7% 인상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대립이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기상여금과 식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면서 약 20만명 노동자들의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2.4%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임대료, 재료비, 가맹비 등은 손댈 수 없는 상황에서 인건비만 올라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말한다.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적절하게 반영한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시 새벽 시간(자정~오전6시) 동맹 휴업을 내걸었던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가 16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보문동 영광빌딩 4층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방안에 맞설 공동 대응책에 대해 논의를 마치고 '나를 살려내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문제는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이 이 같은 대립적 현실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열악한 임금 현실을 개선해 저임금 노동자들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회적 합의다. 그러나 보수세력은 최저임금이 고용불안, 경기악화 등 모든 경제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나아가 저임금 노동자와 중소자영업자들 간의 ‘을들의 전쟁’을 부추기고 최저임금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은 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은 원청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 등에 시달리고 영세자영업자들은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상과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에 타격을 받고 있다. 상당수 중소기업인들은 대기업이 납품단가만 제대로 올려줘도 최저임금 인상을 버틸 수 있다고 말한다. 영세상인들도 임대료 급등을 피할 수 있다면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한다. 최저임금이 경제계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대기업, 건물주 등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는 것이다.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저임금 노동을 통해 얻은 수익이 대기업이나 건물주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수세력이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가맹점 본사의 ‘갑질’을 막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의 국회 통과는 외면하면서 최저임금 인상만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본말 전도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에 요구해온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과 함께 가맹비 인하와 근접 출점 금지 확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하며 동맹휴업이나 심야 가격할증을 벌이겠다는 강경노선에서 한발 물러섰다. 소상공인들도 생존권 확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이용해 최저임금을 공격하고 있는 보수세력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부분이다. 보수세력이 더 이상 최저임금의 대의를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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