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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차등적용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2일 국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최저임금의) 지역적 차별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동안 차등적용에 반대해왔던 정부·여당의 입장과 다른 의견을 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여당도 김 부총리의 발언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지난 2일 이 총리가 ‘전문가의 검토 필요성’을 제기한 데 이어 4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정부와 여당이 정책조율이 안된 상황에서 차별화 방안이 불쑥 제기된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간 영상 경제관계장관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은 임금상승폭이 커지면서 경영계의 주요 민원으로 부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를 중심으로 도시·농촌, 숙련·비숙련자, 그리고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숙련도가 낮은데도 과도한 임금을 주고 있다며 외국인노동자들도 차등적용 대상으로 꼽았다.

현실적으로 일리가 없지 않지만 한국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할 수 있는 상황인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등 차등적용 사례가 있지만 그러나 한국은 이들 국가와 달리 노동과 소득면에서 지역적 격차가 크지 않다. 또한 지역 간 이동도 더 빈번하다. 그래서 지역에 따라 임금을 달리 매긴다면 임금이 높은 곳으로 노동력이 쏠리는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곳은 ‘낙후 지역’이라는 낙인과 함께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구인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역과 업종, 노동력에 따라 임금을 구별할 정확한 데이터도 없어 기준조차 세우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의 기본 취지가 훼손되고 논란만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의견을 모아갈 계획이다. 최저임금은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덜컥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을 꺼내든 것은 오히려 논의를 꼬이게 할 수 있다. 현행 틀을 바꾸지 않으면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우선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역별 차이를 두고 싶다면 보조금을 주거나, 생활임금을 도입해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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