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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60원(16.4%)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확정됐다. 아르바이트 청년들과 비정규직들이 요구한 1만원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17년 만의 최대 인상률이다. 이번 인상의 혜택을 받는 노동자는 463만명으로 추정된다. 월 20만원가량 추가 수입이 생긴다고 해서 이들의 고단하고 궁핍한 삶이 곧바로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희망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확대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소득 주도 성장’의 주춧돌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수준이면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도 가능할 것이다.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근로자 측 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는 경영과 고용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내보이는 한결같은 반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했다”고 밝혔다. 경총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소상공인의 27%는 영업이익이 월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경총이 진정으로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재벌·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부터 비판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사회의 심각한 경제 불평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이 올라야 한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크게 늘어난 소상공인과 영세 기업을 위해 3조원을 투입하고,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자영업자를 위해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낮추고, 현행 5년인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은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언제까지 국민 세금으로 한계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인건비를 대줄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 자영업자 대부분은 참신한 사업 아이템과 도전 정신으로 창업을 했다기보다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소규모 식당이나 프랜차이즈점을 차린 사람들이다. 이런 자영업자와 영세 기업주가 자기들보다 더 가난하고 불쌍한 청년·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 지금까지의 최저임금 정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산업 구조를 개혁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부는 영세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왜 이렇게 어려운 상태인지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는 기업과 관련 산업에는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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