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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의 원·하청 간 하후상박 임금 연대가 눈길을 끈다. 현대차 정규직의 임금은 적게 올리는 대신 중소협력업체와 비정규직의 임금을 인상해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시작한 현대차 노조의 ‘하후상박 임금 인상’은 원·하청 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 연대’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현대차 노조의 하후상박 임금 인상은 원·하청 간 인상분의 차이가 크지 않아 당장 그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평균 4만5000원 인상된 반면, 115개 하청업체는 평균 5만6106원 인상됐다. 원·하청 간 임금격차 해소는 1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가 높은 임금 인상을 자제하면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상생의 길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매년 ‘임금 연대’ 전략을 지속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대기업 노동자와 협력 원·하청 사이에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상생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실천에 옮긴 사례는 매우 적다. 2015년 SK하이닉스 노사가 임직원 임금 인상분 20%를 협력사에 지원하는 내용의 ‘노사 사회적 책임 실천협약’을 채택한 게 눈에 띌 정도다. 포스코와 협력사 노사가 지난달 ‘상생협력합동연구반’을 구성해 원·하청 격차 해소에 나섰지만, 아직 시작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노조의 ‘하후상박 연대임금’ 실천은 선구적 역할로 환영할 만하다. 노조는 또 조합의 임금 인상률을 낮추면서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 근절을 사측에 요구하기도 했다고 하니, 상생 사회를 위한 또 다른 노력도 주목된다.

현대차 노조는 제조업 분야에서 최대 규모다. 조합원 연봉이 9000만원이 넘는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노조원 자녀 우선 채용을 단체협약에 포함시켜 ‘고용 세습’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노사상생의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적이다. 노조가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내걸었을 때 내부의 반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시장 양극화, 임금격차 심화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지난 19일 “모두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상생 실험이 임금뿐 아니라 고용·복지 등으로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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