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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주택투기지역을 9년 만에 해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표면적으로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노무현 정권 때 도입된 투기억제 제도를 완전히 걷어내는 동시에 투기수요를 자극해서라도 부동산 경기를 띄우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 발표에 앞서 강남 3구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투기지역인 데다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강남 3구의 상징성 때문에 이곳의 투기지역 해제가 투기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점을 우려하기는커녕 오히려 시장을 향해 ‘강남 3구를 마지막으로 부동산 규제를 모두 풀었다’고 선언함으로써 투기수요 자극을 꾀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주택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규제를 걷어낸다는 차원에서 시행했다. 이번 조치로 주택거래 관련 규제들은 대부분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강남 3구 부동산대책 발표후 활기 (경향신문DB)
투기지역에서 풀리는 강남 3구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돼 주택대출을 더 많이 받아 집을 살 수 있게 됐다. 3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가산세율도 적용되지 않는다. 강남 3구 이외의 대책들도 주택 구입 자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도권 공공택지와 개발제한구역 해제지구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도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민영주택 재당첨제한 기간은 아예 없앴다.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도 ‘3년 보유’에서 ‘2년 보유’로 완화됐다. 집을 2년 미만 보유했다 파는 경우 적용하는 양도세 중과세율도 낮췄다. 규제만 없앤 것이 아니라 ‘대출 더 해줄 테니 집 사라’는 대책도 포함시켰다. 보금자리론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리고 주택금융공사의 대출보증한도도 2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했다.
이번 대책이 실제로 주택거래 활성화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현재의 주택경기 침체 원인이 전반적인 경기부진, 과도한 집값 수준, 향후 집값 하락 전망 등에 있지 규제나 세금부담, 대출제한 등의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수요를 늘릴 뾰족한 수단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없애고 집부자들의 세부담을 낮추는 대책을 계속 내놓는 것은 투기수요를 부추겨서라도 부동산·건설 경기를 띄워야 한다는 강박증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의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 광풍을 상기한다면 참으로 위험천만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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