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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특검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기간 30일 연장을 요청하고, 야 4당까지 원내대표 회동에서 연장 승인을 요구한 상황에서 한국당만 홀로 반대 당론을 정한 것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당론 채택과정에서 “헌법재판소 심판 이후에도 특검을 계속하는 것은 대선 정국에 특검 수사를 이용한다는 대선용 정치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8일로 종료되는) 특검의 연장은 전적으로 황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새 특검법을 통해서라도 기간을 연장하려는 야당의 발을 묶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특검 수사기간 연장 여부는 그것이 수사에 필요한지를 최우선으로 놓고 따져야 한다. 그런데 수사기간이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 특검이 특검법에 기재된 수사 대상을 모두 다루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검은 지난 두 달 가까이 많은 진실을 밝혀냈지만 드러내야 할 진실이 아직도 많다. 엊그제 청와대 비서관이 미르재단 설립과 모금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삼성을 제외한 대기업의 뇌물제공 등은 손도 대지 못한 상황이다. 특검 수사가 충분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한 데 이어 특검의 대면조사도 회피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측 증인들은 온갖 방법으로 진실을 덮고 있다. 황 권한대행도 박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며 특검 연장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어제도 그는 “특검 연장에 대해 추가로 밝힐 입장이 없다”며 특검 연장 결정을 미뤘다. 시민을 우롱하는 태도와 다름없다.

자유한국당이 특검 연장 반대를 당론으로 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가 계속되면 대선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진실 규명보다 당파적 이익을 앞세우는 몰염치한 행위다. 한국당 의원들은 연일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 “애국폭동” “계엄령 선포”와 같은 반사회적인 구호를 외치고 있다. 탄핵 민심에 반성하는 듯하더니 ‘친박 새누리당’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반사회적인 언동을 하는 수구·친박 단체들의 지지라도 붙잡으려는 모습이 가련하다. 시민들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실을 밝힐 기회가 이번 한 번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방조해 나라를 어지럽혀 놓고 그 진실을 가리는 일마저 방해하겠다는 것은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한국당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 반대 당론을 당장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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