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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주년 세계여성의날인 8일 전 세계 30개국 여성 노동자들이 내건 슬로건은 ‘총파업: 여성 없는 하루’였다. 행사 참가자들은 빨간색 옷을 입고 경제활동이나 가사노동을 하지 않았다. 일을 쉴 수 없는 여성들은 빨간색 소품을 활용해 총파업 동참 의사를 표현했다. 행사 주최 측은 빨간색을 선택한 이유를 ‘희생과 혁명의 색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여성 노동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조기 퇴근’ 시위를 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오후 3시 광장에 나와 성별 격차 없이 노동의 몫을 균등하게 분배하자는 요구를 한 것이다. 여성의날이 제정된 지 100년이 넘었는데도 전 세계 여성들이 거리에 나선 것은 남녀차별의 벽이 그만큼 공고하다는 증좌다.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고, 모든 남성을 낳은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낮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불평등이다. 그게 지구상에서 유별나게 심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의 성평등 지수를 보면 부끄러움을 넘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0.649로 조사대상 144개국 중 116위였다. 한국은 또 유사직종 임금격차(125위), 관리직 비율(114위), 여성 장관 비율(128위) 등에서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세계여성의날인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여성 노동계가 주최한 조기퇴근 시위 ‘3시 스톱(STOP)’에 참가한 여성 노동자들이 ‘유리천장 아웃(OUT)’이 적힌 우산을 들고 성평등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매년 발표하는 ‘성별 임금격차’ 순위에서 한국은 15년째 부동의 1위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100 대 64이다. 남성이 100만원을 벌 때 여성은 64만원을 손에 쥐는 것이다. ‘유리천장’도 깨지지 않고 있다. 매출 상위 100대 상장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2.3%로 전 세계 평균(13.8%)의 6분의 1 수준이다. 30대 공기업의 여성 임원은 1.3%에 불과하고, 금융권에서 여성 등기임원은 단 한 명도 없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여성 인력 활용은 필수적이다. 프랑스, 스페인,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은 여성 임원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는 ‘여성임원 할당제’를 도입해 기업 경쟁력을 높였다고 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양성평등 실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성차별은 여전하고, 여성의 경제·사회적 지위는 바닥이다.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언제까지 여성들이 희생과 혁명을 뜻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서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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