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6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얼마 전 소셜미디어에 차주가 자기 차에 붙인 전단지 사진 하나가 조롱거리로 떴습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했다가 신고당해서 큰 벌금을 물었다며 신고한 사람 얼굴 좀 보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뻔뻔함은 자신의 잘못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낯이 두꺼워 부끄러운 기색이 드러나지 않는 후안무치 탓에 나오는 것이겠지요. 오죽하면 그래서 생긴 현대속담이 ‘최고의 장애는 염치불구’였을까요.

후안무치, 인사불성인 사람들은 어느 시대나 존재합니다. 옛 속담에도 예의와 염치를 모르고 오히려 뻔뻔하기까지 한 사람들을 일러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라고 했지요. 족제비는 좁은 틈이나 굴을 드나들기 위해 머리통이 좁고 뾰족합니다. 그 좁은 얼굴을 가진 족제비만도 못한 낯을 가진 사람이라는 말이지요. 족제비 대신 벼룩이나 모기를 넣기도 합니다. 비슷한 속담으로 ‘고양이가 얼굴은 좁아도 부끄러워할 줄은 안다’가 있습니다. 아주 작은 것을 ‘고양이 이마빡만 하다’라고 할 만큼 고양이는 머리통이 작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는 습관적으로 부끄러운 듯 한 발로 눈을 가리거나 두 발로 얼굴을 감싸거나, 땅에 엎드려 코 박고 사죄하는 듯한 자세로 잠들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 미물들은 부끄러움을 모릅니다. 사람이라서 부끄러움과 염치를 응당 아는 것이지요. 그러니 이런 미물들도 낯짝이 있다 함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알아야 할 예의와 염치가 한낱 미물만 못하다 크게 힐난하는 것입니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양심에 털이 난 사람들은 사실 부끄러움을 모릅니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에겐 더 큰 사회적 창피와 불이익을 안겨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끄러움이 우리의 몫이 아닌 그 사람의 몫이 되어 철판도 낯짝이란 게 생기게 말입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