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반 칼럼

[여적]‘고향세’

opinionX 2017. 6. 9. 10:35

프랑스 루이 14세 때 상인 가정 출신인 콜베르는 ‘매관매직’을 통해 재상까지 지낸 인물이다. 당시 프랑스는 주요 관직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관직세’를 도입해 시행했다. 관직 가격의 60분의 1에 해당하는 세금을 납부하면 관직의 상속도 가능했다. 재무참사를 거쳐 재상에 오른 콜베르는 재정수입을 늘리려 ‘인두세’ ‘소금세’ ‘포도주세’ 등을 대폭 올렸다. 콜베르는 ‘거위에게 고통을 느끼게 하지 않고 깃털을 뽑은’ 징세의 달인이었던 셈이다.

“세금은 정치”라는 말이 있듯이 조세제도는 국가 재정은 물론 서민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럼에도 전 세계 각국은 독특한 세금제도를 운용해왔다. 고대 로마인들은 주로 양털 옷을 입었다. 섬유업자들은 양털에 있는 기름기를 빼기 위해 오줌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성분을 이용해 옷을 세탁하고 표백했다. 그러자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공중화장실에서 오줌을 수거하는 섬유업자들에게 ‘오줌세’를 부과했다. 프랑스는 14세기 초 유리가 고가에 거래되자 부자증세의 일환으로 창문 개수가 많은 가정일수록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창문세’를 도입했다.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공항은 2014년부터 승객들에게 20달러의 ‘호흡세’를 부과하고 있다. 공항에서 오염물질을 배제하고 신선한 공기를 주입하겠다는 취지다. 네덜란드에선 자동차를 많이 탈수록 세금을 더 내는 ‘주행부과세’를 시행 중이다. 교통혼잡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일반 운전자에게 주행거리 1㎞당 0.03유로의 세금을 부과한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고향사랑 기부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민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기부하면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해주고, 10만원이 넘는 금액은 일부를 공제해주는 내용이다. ‘고향세’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정치기부금’처럼 ‘고향기부금’인 셈이다.

일본은 2008년부터 도시민이 특정 지자체에 기부하면 2000엔을 제외한 전액에 대해 주민세·소득세를 공제해주는 ‘후루사토(고향)납세제’를 시행해 큰 성과를 거뒀다. 고향기부금제가 지자체 간 세입 불균형과 지역 연고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취지는 괜찮은 만큼 적극 시행해 봄직하다.

박구재 논설위원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