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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대거리 붙어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자면 옆에서 다독이며 말립니다. “네가 참아.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댔잖아. 무시해.” 씩씩 참으며 에이! 돌아서는데 귓등에 들립니다. “원, 별 거지 같은 게.” “거지? 너 말 다했냐!” “야야, 그만, 그만해! 그쪽도 그만하고 가세요.” “으휴, 내가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 “뭐, 똥? 지금 나더러 똥이랬냐?” 결국 멱살잡이 드잡이하다 경찰차 타고 지구대 망신살만 뻗칩니다. 그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지 계속됐으면 주먹다짐으로 피도 봤을지 모르지요.
참는 건 안팎의 압력, 두 가지로 나뉩니다. 웃음을 참고 방귀를 참고 욕구를 참고 화도 참는 것을 참을 인(忍)이라 하고, 손 시린 걸 참고 더위를 참고 고통을 참고 모욕도 참는 것을 견딜 내(耐)라 합니다. 둘이 합쳐 인내지요. 견디는 건 내성(耐性)이 생겨 그럭저럭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속을 참는 건 그리 쉽지 않지요. 서로가 또는 스스로가 자극해서 한도 끝도 없이 커져 탱천(撑天)까지 하는 게 분기(憤氣)고 노기(怒氣)입니다. 그쯤 되면 눈 돌아갑니다. 눈동자 뒤로 넘어갈 즈음이면 뵈는 게 없습니다. 그때가 바로 ‘욱!’입니다. 참을 인(忍)자는 마음 심(心) 위에 칼날 인(刃)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못 참고 가슴 벌렁거리다간 스스로 베이고 다친다는 뜻이지요. 그럼에도 못 참고, 다시 또 못 참으면 끝끝내 누군가를 찌르고야 말 겁니다.
어느 인디언 부족은 화가 풀릴 때까지 한 방향으로 콱콱 걷는다죠. 그러다 화 풀린 지점에서 막대기 하나 꽂고 온다는군요. 그럼 다음에는 저번 막대기 기준으로 제3자의 눈으로 이번엔 얼마나 화났나도 알고요. 무작정 참기만 하면 화병 납니다. 화를 달리 풀 의식(儀式) 하나쯤 마련하면 좋을 겁니다. 욱! 대신 Oops! 더 화나면 Ooops!! 못 견뎌 못 참은 화는 내가 키웁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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