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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승강장의 스크린도어에는 이용 시민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제공한다는 일환으로 여러 편의 시들이 인쇄되어 있으나, 정작 시민 눈높이에 못 미치는 작품들이 논란이 되며 사실상 광고만도 못한 시각 공해로 비판받아왔다. 트위터에서는 지난 15일 실시간 트렌드로 ‘#스크린도어_시’가 오르면서 많은 사용자들이 각자의 ‘개드립력’을 뽐냈다.

지하철 무매너에 관한 글이 많았다. “임산부 전용석의/ 저 아저씨/ 몇 개월이세요/ 배 속에 있는 게/ 아기는 아닌 거 같은데”(사용자 @cecili***).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일부러 빈자리를 남겨놨더니 무관한 이가 냉큼 앉는 이기주의를 꼬집었다.

‘쩍벌남’은 요즘처럼 냉방기 돌려도 끈적거리는 날씨에는 더욱 지탄의 대상이 된다. “아재 아재/ 다리를 오므려라/ 오므리지 않으면 구워먹으리”(@nolang), “정력이 약하면/ 다리가 벌어집니다”(@tor***).

백팩을 등에 메는 ‘거북이’도 환영받지 못한다. “백팩을 좀 제발/ 앞으로 메시라구요”(@hana***).

다른 승객의 프라이버시는 존중되어야 한다. “남의 몸/ 훑지 마소서/ 눈을/ 뽑아불라”(@sur***), “통화는 간단히/ 니사정 안물안궁”(@tjw****).

“대학교 입구라고 해서 내렸는데/ 버스 타고 15분 걸어서 30분”(@ket***)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지하철 역사명에 대한 불만을 담은 글이다. “사당보단 먼/ 의정부보다는 가까운”(@heni***)은 그룹 ‘피노키오’의 노래 ‘사랑과 우정 사이’ 가사를 빗대 서울 시청역을 기점으로 두 역까지의 운행거리를 비교하는 재치가 반짝인다.

“지하철에 타서/ 반대편 승강장을 보자/ 그대가 보였어/ 심장이 빠르게 뛰고/ 기분이 이상해졌어/ 반대로 탔구나”(@flowe****). 지하철 이용자라면 한 번쯤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이 문에서/ 스무살 청춘이 죽었다/ 점심에 먹을/ 사발면 하나 남기고”(@kino***).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도중 사고로 사망한 청년 노동자를 기억하는 글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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