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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경기 부천에서 주차 시비로 40대 남성이 이웃에 살던 30대 자매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이 살던 곳은 평소에 주차문제로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제2종 일반주거구역으로 보이는 이러한 다세대주택 생활권 도로의 경우 인도가 없거나, 도로 양쪽에 주차를 하면 차량이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폭이 좁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민들은 도로변 건물에 인접한 사유지와 도로의 경계에 차량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주민이 사유지와 도로의 경계에 주차된 차량에 대해 경찰에 단속을 요청하더라도 경찰이 민원을 해결해주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도로교통법 제32조 및 제156조 제1호에 의거하여 단속하기에는 판단기준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고,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의 죄를 적용하는 것도 무리인 데다 사유지에 대한 주거침입으로 법적용을 하려 해도 ‘사람이 기거하고 침식에 사용되는 장소’로 보기에도 어려움이 있어 형사적으로 처벌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한 피서지 주차장이 피서객들의 차들로 빼곡히 차 있다. (출처 : 경향DB)


게다가 시민이 민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도 쉽지 않다. 자신의 사유지를 침범한 부분에 대해 퇴거를 요청하고 금전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적절치 못하다. 다만 이웃 간의 지속적인 주차분쟁에는 증거를 수집해 법원에 퇴거 및 출입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을 뿐이다. 대다수의 소시민들은 폭언·폭행 등을 동반한 다툼을 벌이거나, 뾰족한 물건으로 차량 표면을 긁는 등 훼손행위, 접착력이 좋은 주차금지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는 방법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주차살인’은 제도적인 허점으로 인한 문제이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를 등록·이전할 경우 차고지를 확보하도록 하는 차고지 증명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다만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일방통행길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공간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주차장법 제10조 제1항 제3호, 같은 법 시행규칙 제6조의2 제1항 제1호와 같은 조 제2항상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으로 추가 지정할 것을 제안한다. 주차로 인해 더 이상 이웃 간에 참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대도시 지방자치단체의 전향적인 노력을 바란다.


장한별 | 교통연구원 전문연구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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