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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다음 아고라

opinionX 2018. 12. 5. 10:32

민주주의는 여론을 바탕으로 실현된다. 여론은 개인이나 사회에 대한 의견 중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인정된 의견이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여론 형성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되고, 의견이 거리낌 없이 발표될 수 있어야 진정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물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여론>이라는 책을 쓴 월터 리프먼은 “여론이 국민들의 생각 혹은 객관적인 사실을 모은 것이 아니라 대개는 권력효과에 의해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구호일 때가 많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여론을 무시한 현실정치는 불가능하다. 대부분 정책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론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형성된다.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폴리스에서 민회나 상업, 사교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 장소다. 아고라는 시장의 기능뿐 아니라 정치, 경제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의 중심이 되었다. 시장은 여론이 만들어지고 퍼지는 공간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은 3일 아고라 서비스를 내년 1월7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다음 아고라’는 사이버상의 토론 광장이다. 다음은 홈페이지에 ‘이제 15년간의 소임을 마치고 물러난다’는 공지로 고별사를 대신했다. 그동안 다음 아고라에는 1000만여명이 3000만여건의 글을 올렸다. 20만여건의 청원에 4500만여개의 서명이 이어지기도 했다. 10년 넘게 명실상부한 ‘사이버 신문고’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토론방에 올린 글이 문제가 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논객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무죄로 끝났지만 아고라의 자유로운 토론문화가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음 아고라는 특정 정치세력에 편향됐다거나 가짜뉴스를 만들어 전파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아고라 서비스의 중단에 많은 아고리안들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다른 공간에서 토론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다음 아고라는 여론 광장으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했다. 누가 바통을 이어받는가만 남아 있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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