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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대통령의 사저

opinionX 2017. 3. 10. 10:40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면 청와대를 나와 개인 집으로 돌아간다. 대부분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살았던 곳이다. 그러나 1980년 이후 대통령들은 자신들이 돌아갈 사저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연희동 사저를 넓고 화려하게 꾸몄다. 그래서 ‘연희궁’이라는 빈축을 샀다. 대지 816㎡, 건물 238㎡에 별채까지 있었다. 검찰은 추징금 확보를 위해 사저를 압류하려 했으나 부인 이순자씨 명의로 돼 있어 무위에 그쳤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친구인 전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 삼았는지 호화사저 논란은 일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은 이른바 ‘사저 정치’의 현장이었다. 두 대통령과 뜻을 함께하던 정치인들은 각각 ‘상도동계’ ‘동교동계’라 불렸다. 두 대통령도 퇴임을 앞두고 사저 보수에 나서면서 과다비용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지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사저는 ‘김영삼 기념도서관’ 건립 비용을 대기 위해 매물로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있다. 일부에서는 규모가 크다며 ‘아방궁’이라는 말도 했다. 경호시설 때문에 규모가 커진 걸 오해한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 내곡동에 아들 명의로 땅을 매입해 퇴임 뒤 사저로 쓰려 했다. 그러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편법증여 의혹 등으로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 받은 결과, 무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전 거주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은 퇴임 후 자신이 살던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지난해 경비 목적으로 사저 인근 경호동 매입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건물에 저당권이 설정돼 매입이 무산됐다. 이제는 임대해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성동 사저는 시설점검을 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다. 점검에 나서면 “탄핵 인용을 예상한 것이냐”는 말이 나올 것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삼성동 사저가 아닌 임시 거처로 가야 할 처지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 총리·장관과 현충원을 참배하고, 공식 행사를 마친 뒤 청와대를 떠나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고락을 함께한 청와대 직원들과 인사도 했다.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즉각 청와대를 나와야 한다. 박 대통령은 어디로 갈까.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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